2023년 말,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의 큰 관심 속에서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이 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으로,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 측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도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 개정 이후 실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 법이 가져올 장단점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노란봉투법의 핵심 중 하나는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요건의 강화입니다. 기존에는 합법적인 파업이더라도 사용자 측은 그로 인한 손해를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노동자 개인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배상 책임이 지워지는 사례로 이어졌고, 노동기본권의 위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법 개정 이후에는 쟁의행위가 정당하게 이루어졌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즉, 불법성이 없는 파업에 대해서는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에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법적으로 명확해졌습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 3권, 즉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그동안 사용자는 파업의 손해를 근거로 고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파업을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특히 쌍용자동차, 하이디스, 유성기업 등 대형 사건에서 손해배상은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번 법 개정은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사용자 측에서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일부 악의적인 파업이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손해의 귀책사유에 대한 판단이 법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결국 이 조항이 실효성 있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일관된 판례와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 보장
두 번째 주요 변화는 간접고용 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 설립 및 교섭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한 점입니다. 기존 법 체계에서는 원청 회사가 하청 또는 파견 노동자들과의 교섭에 응할 법적 의무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다수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더라도 실질적인 교섭 상대방인 원청과의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개정된 법은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원청이 간접고용 노동자의 실질적인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면, 원청 또한 교섭의무를 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비정규직 및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 형태가 확산된 현대 사회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법 개정은 특히 대형 제조업, 물류, 건설, 청소, 경비 등 외주화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산업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원청의 책임 회피로 인해 구조적 개선이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원청과의 교섭이 가능해짐에 따라 실질적인 처우 개선의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경영계에서는 사용자의 정의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원청이 모든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에 일일이 응해야 하는 부담을 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사용자 지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으며,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사회적 논쟁과 법적 쟁점
노란봉투법은 입법 이전부터 사회 각계에서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노동계는 오랫동안 “손배 가압류는 노동자의 입을 막는 침묵의 재갈”이라고 주장해왔으며, 실제로 쟁의행위를 이유로 생계가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여론은 시민단체와 종교계, 문화계로까지 확산되었고, 그 결과 ‘노란봉투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시민의 자발적인 후원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반면 경제계와 보수 정치권에서는 이 법이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파업의 피해를 사용자 측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면 기업 활동 자체가 위축되고, 투자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실제로 법 개정 이후 일부 재계 단체에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법적 쟁점으로는 무엇보다도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의 구체적인 기준이 문제가 됩니다. 또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도 케이스마다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법원의 판결이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현재까지는 관련 법률 조항이 통과되었지만, 하위법령이나 시행령, 판례 등은 여전히 정비 중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가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였으며, 실제로 일부 쟁의행위의 남용 사례를 억제하고 사용자와의 균형 있는 협상을 유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쟁의행위의 방지와 사용자 측의 합리적인 권리 보장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향후 이 법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입법 이후의 제도적 보완과 해석의 일관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