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급속히 확산된 비대면 진료는 2025년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한 의료 대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의사 상담을 받고 약까지 배달받는 구조는 분명 의료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와 현장 경험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도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약 처방 오류,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진단 정확도의 한계 등이 반복되면서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구조적 문제와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의료 시스템의 맹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약 처방 중심으로 흐르는 구조와 오남용 가능성
비대면 진료가 도입 초기에는 ‘의료 사각지대 해소’라는 긍정적 목적을 강조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약 처방 중심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민간 플랫폼의 일부 사례를 소개하며, 환자와 의료진 간 충분한 상담 없이 빠른 약 처방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특정 앱에서는 인기 있는 수면제, 진통제 등을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지며, 환자가 미리 원하는 약 이름을 언급하면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약물 남용과 의존 위험을 높이며, 특히 ADHD 치료제, 신경안정제, 항생제 등 관리가 필요한 약물에 대한 과잉처방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는 ‘의료 상담’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간편한 약 구매 수단’처럼 오인되고 있으며, 이는 공공 의료의 신뢰 기반을 흔들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의료적 판단보다 편의성에 의존해 무분별한 진료를 반복하는 패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또한 진료 시간이 2~3분에 불과한 경우도 많아, 정확한 증상 파악 없이 환자의 주관적 설명만으로 약 처방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는 향후 심각한 부작용 또는 진료 오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책임소재는 누구에게? 시스템적 공백
비대면 진료 중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구조적 문제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일부 플랫폼은 자신들을 ‘중개자’라고 선을 긋고, 진료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불충분한 정보 제공을 지적하고, 약국은 단지 처방전대로 조제했을 뿐이라 주장합니다.
이처럼 세 주체 플랫폼, 의료진, 약국 모두에서 환자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윤리적 사각지대를 만들게 됩니다.
특히 민간 플랫폼을 통한 진료는 대면 진료와 달리 모든 상담 내용이 기록되지 않거나 일부만 저장되는 경우가 많아, 사후 분쟁 발생 시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이는 환자가 불이익을 겪었을 때 자신의 권리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현재 의료법상 비대면 진료의 책임 규정은 모호하며, 플랫폼은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법의 규제 대상도 아닙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진료한 개별 의료인에게만 귀속될 수 있어, 현행 제도상 환자 보호 장치가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단 정확도 저하와 오진 리스크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는 이 핵심을 위협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의사는 단순히 환자의 증상만이 아니라, 눈빛, 안색, 걸음걸이, 자세, 목소리, 피부색 등 비언어적 정보를 통해 병의 진행 상태와 응급 여부를 판단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영상 진료에서는 이러한 정보 대부분이 차단됩니다.
기사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특히 만성질환자나 고령 환자, 아동과 같이 증상 표현이 제한적이거나 복합 질환이 있는 환자는 비대면 진료만으로는 충분한 평가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부 의사들은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에도 플랫폼 구조상 계속 진료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기침으로 시작된 폐렴, 발열과 함께 동반되는 패혈증 초기 상태 등은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오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면 진료라면 청진, 타진, 혈압 측정 등 추가 검사를 통해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지만, 비대면 상황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플랫폼 중심의 ‘시간 단축’ 압박은 의사에게 충분한 진료 고민을 할 시간조차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가 효율만을 추구할 경우,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해결방안 - 제도적 장치와 신중한 이용 필요
비대면 진료는 분명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시·공간 제약이 있는 환자, 경증 환자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환자 안전과 품질 관리 체계가 확립되어 있을 때에만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이 필요합니다.
- 법적 책임 구조 정비: 플랫폼, 의료기관, 약국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할 법률 제정 필요
- 진료기록 보존 의무화: 영상 및 채팅 기록 등을 일정 기간 이상 보존하게 하여 분쟁 발생 시 근거 확보 가능
- 과잉처방 감시 시스템 도입: 특정 약물 반복 처방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 의료인 중심 플랫폼 운영 유도: 수익보다 진료의 질을 우선하는 구조를 가진 의료기관 중심의 플랫폼 활성화
- 환자 대상 교육 강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환자 스스로도 비대면 진료의 한계와 주의사항을 인식하도록 교육
비대면 진료, 기술보다 윤리가 먼저다
비대면 진료는 분명 현대 기술의 산물이자 편의성의 상징이지만, 의료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과 인간 간의 신뢰와 판단입니다. 의사의 눈과 귀, 그리고 경험이 개입되지 못하는 진료는 결국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확대가 아닌 신뢰 기반의 제도 정비입니다. 약 처방 중심 진료 구조, 책임 회피 구조, 오진 위험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비대면 진료는 의료 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헬스케어’가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