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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도시연합, 단순 선언인가 실질 대안인가?

by 도리맘 202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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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국가 단위의 협약과 선언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며, 실제 변화는 ‘도시’ 단위에서 시작됩니다. 탄소중립도시연합은 전 세계 선진 도시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기후 행동 연합체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 이행과 구조적 전환을 지향합니다. 이 글에서는 CNCA의 설립 배경과 구조, 정책적 실천 사례, 한계와 과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 중심 전략이 과연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해 봅니다.

탄소중립도시연합, 단순 선언인가 실질 대안인가?
탄소중립도시연합, 단순 선언인가 실질 대안인가?

1. 탄소중립도시연합의 등장 배경과 철학

탄소중립도시연합은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도시가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국가 단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국제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연되거나 후퇴하는 경우가 많지만, 도시는 보다 즉각적인 실행과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이 가능한 단위입니다.

2009년, 국제 지속가능성 지방정부협의회를 중심으로 설립된 CNCA는 탄소 배출량을 2000년 대비 2030년까지 최소 80% 이상 감축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공유합니다. 이는 기존의 선언 중심 네트워크와는 달리, 구체적인 수치와 시간표가 제시된 실천형 연합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 연합은 단순히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구조적 전환’이라는 개념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에너지 생산, 수송 시스템, 건물 설계, 도시계획 등 도시 인프라 전반의 재편을 요구합니다. 즉, 온실가스 배출의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적 개혁을 지향합니다.

2. CNCA의 구조와 운영 방식: 실행을 위한 시스템

가. 회원 도시 자격
CNCA는 아무 도시나 가입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가 아니라, 엄격한 가입 기준을 가진 폐쇄형 네트워크입니다. 회원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2030년까지 탄소 배출 80% 이상 감축 목표 설정
  • 중장기 감축 계획 수립
  • 실천 가능한 예산 및 법·제도 기반 확보
  • 시민 참여 계획과 모니터링 체계 보유

현재 회원으로 활동 중인 도시에는 코펜하겐, 오슬로, 시애틀, 밴쿠버, 요코하마 등 선진 도시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2024년 기준 약 22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습니다.

나. 전략 수립 및 실행 지원
CNCA는 각 도시가 자체적인 감축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합니다. 정책 컨설팅, 성공 사례 공유, 전략 매뉴얼 배포 등은 물론,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 분석, 입법 가이드, 기술 솔루션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도시들은 에너지 전환, 대중교통 개편, 녹색 건축 의무화 등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수립하게 됩니다.

다. 탄소중립 혁신기금 운영
CNCA가 운영하는 ‘탄소중립 도시 혁신기금’은 회원 도시들이 독창적인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글로벌 펀드입니다. 예를 들어, 건물 단열 리모델링 지원금, 폐기물 감축 자동화 시스템, 수소 버스 도입 같은 프로젝트들이 이 기금의 지원을 받아 실행되고 있습니다.

3. 실제 정책 성과와 실행 사례

CNCA의 가장 큰 장점은 이론과 선언을 넘은 실제 정책 이행 사례가 풍부하다는 점입니다.

  • 덴마크 코펜하겐: 2025년 탄소중립 도시 목표를 설정하고, 전체 전력의 98%를 풍력·태양광으로 전환하였으며, 시민 자전거 이용률 60% 이상을 달성함.
  • 노르웨이 오슬로: 차량 진입 제한, 탄소세 확대, 공공기관 친환경 전기차 의무화 등을 통해 2015년 대비 2022년까지 약 30% 탄소 감축 성과.
  • 미국 시애틀: 건물 에너지 효율 의무화 조례를 제정하고,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건물 리노베이션에 인센티브 제공.
  • 일본 요코하마: 지역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기 위해 시민 협동조합 기반의 태양광 발전소 운영을 장려하고, 스마트 시티 기술과 접목하여 감축 효과 극대화.

이러한 사례는 CNCA가 실질적으로 도시의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며, 기후위기 대응의 실행 단위로서 ‘도시’가 갖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줍니다.

4. 선언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과제

가. 도시 간 역량 격차
CNCA에 가입된 도시들은 대부분 선진국의 대규모 도시로, 재정 자립도와 행정 역량이 매우 높습니다. 이에 비해 개발도상국의 중소도시들은 동일한 정책을 도입하기 어렵고, 진입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도시 간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나. 국가 정책과의 조율 문제
에너지 생산, 세금제도, 법제 개정은 국가 차원의 권한이기 때문에, 도시 단위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중앙정부의 협조 없이는 구조적 전환이 어렵습니다.

다. 감축 성과 측정의 불확실성
각 도시가 제출하는 감축 수치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측정 기준이 부족하여, 검증 체계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는 CNCA의 정책 신뢰도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5. 한국 도시의 참여 가능성과 시사점

현재 CNCA에는 한국 도시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탄소중립도시연합의 구조와 방향성을 고려할 때, 서울특별시, 수원시, 성남시, 부산광역시 등은 재정 능력, 정책 추진 경험, 국제 네트워크 연계 측면에서 충분한 참여 여력이 있는 도시로 평가됩니다.

특히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바 있는 서울시는 지속가능 도시 전략, 녹색교통 확대, 스마트 에너지 정책 등 다양한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국제 도시협의체 가입 및 글로벌 기후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경험이 있습니다.

CNCA 가입을 통해 서울을 포함한 한국 도시들이 정책 실험과 국제적 정책 교류의 장에 참여하게 된다면, 도시 기반 기후 거버넌스가 보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입니다.

탄소중립도시연합은 실행의 중심인가?

탄소중립도시연합은 단순한 네트워크를 넘어서, 정책 수립→실행→검증→재설계라는 전 주기를 포괄하는 실행 플랫폼입니다. 그 핵심에는 도시가 단순한 대상이 아닌 기후 위기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도시가 이 체계에 진입하고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제도적·재정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선언에만 머무르는 많은 국제협약들과 달리, CNCA는 실제로 정책이 작동되고, 성과가 측정되고, 제도가 개선되는 ‘기후 실험의 현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된 오늘, CNCA는 도시 차원의 실천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임을 증명해 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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